
프롤로그: 고전 SRPG의 향수를 자극하는 새로운 도전
최근 인디 게임 시장에서 고전 스타일의 SRPG(전략 롤플레잉)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러한 가뭄 속에서 등장한 ‘스타더스트: 마녀의 소원(STARDUST: Wish of Witch)’은 과거 ‘파랜드 택틱스’나 고전 명작 SRPG를 사랑했던 게이머들의 향수를 강하게 자극하는 작품입니다. 미려한 2D 도트 그래픽, 매력적인 캐릭터 일러스트, 그리고 무엇보다 메인 스토리의 풀 보이스 더빙은 플레이어를 단숨에 게임의 세계관으로 몰입시킵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겉모습 뒤에는 독창적인 시도와 동시에, 현대 게임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불편한 편의성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Solar82 IT & Digital Magazine에서 이 양면적인 매력을 지닌 작품을 면밀히 분석해 보았습니다.
독창적인 전투 시스템: 콤보와 카운터가 자아내는 전략적 긴장감
'스타더스트: 마녀의 소원'의 가장 큰 차별점은 단순한 턴제 이동과 공격을 넘어선 '카드 덱 빌딩' 기반의 전투 시스템에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캐릭터마다 고유한 스킬 카드를 조합하여 덱을 구성하고, 전투 중 마나 코스트와 쿨타임을 계산하며 최적의 효율을 내야 합니다. 특히 일반 스킬로 시작해 강력한 연격으로 이어지는 '콤보' 시스템과, 적의 치명적인 공격을 예측하고 받아치는 '카운터' 시스템은 전투의 손맛을 극대화합니다.
이 카운터 시스템은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적들 역시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단순히 강한 공격을 퍼붓는 것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습니다. 상대의 남은 마나와 스킬 쿨타임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언제 공격을 가해야 카운터를 피할 수 있을지 머리를 싸매야 하는 하드코어한 전략성이 돋보입니다. 초반 튜토리얼 격인 놀(Gnoll) 우두머리 전투에서조차 여러 번의 재시도를 요구할 만큼, 보스전의 난이도와 설계는 도전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눈과 귀를 사로잡는 시각적 연출과 사운드
비주얼과 사운드 측면에서는 인디 게임의 한계를 뛰어넘는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고전 RPG 특유의 따뜻하고 정겨운 도트 그래픽은 현대적인 애니메이션 연출과 결합하여 전투 시 화려한 컷신과 부드러운 캐릭터 움직임을 선사합니다. 주인공 '스타'와 '유우'의 티격태격하는 만담은 게임의 활력을 불어넣으며, 메인 스토리 전반에 걸쳐 적용된 한국어 성우들의 풀 더빙은 캐릭터들의 개성을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듭니다. 사운드트랙과 효과음 역시 판타지 세계관의 모험적인 분위기를 훌륭하게 뒷받침하며, 시각과 청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웰메이드 아트를 완성했습니다.
빛을 바래게 만드는 치명적인 UX와 편의성 부재
그러나 이 게임이 선사하는 시각적 즐거움과 전투의 재미는 극도로 불친절한 사용자 경험(UX)과 시스템적 한계로 인해 크게 퇴색됩니다. 가장 먼저 지적할 점은 SRPG로서의 기본 기능 결여입니다. 현대 SRPG의 기본 소양이라 할 수 있는 '적의 이동 범위 및 공격 범위 표시' 기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는 적의 상세 정보 창을 열어 속도와 스킬 사거리를 보고 직접 칸 수를 계산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합니다. 또한, 아군의 턴 진행 순서가 캐릭터 배치 슬롯 순서로 강제 고정되어 있어 상황에 맞는 유연한 전술적 대처가 불가능합니다.
덱 편집 UI 역시 심각하게 낙후되어 있습니다. 드래그 앤 드롭 기능이 지원되지 않아, 스킬 카드의 순서를 바꾸거나 교체하려면 기존 카드를 일일이 제거한 뒤 하단 리스트에서 다시 찾아 추가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패드(컨트롤러) 지원 역시 무늬만 있을 뿐, 타겟팅 시 커서 가속이 없고 조작 직관성이 떨어져 키보드와 마우스보다 훨씬 더 큰 피로감을 유발합니다. 더불어 번역 퀄리티 면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데, 번체 중문의 경우 기계 번역 수준의 오역이 다수 발견되어 해외 유저들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시스템 안정성 및 저장 기능의 아쉬움
기술적인 안정성과 시스템 설계에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큽니다. 스팀 클라우드(Steam Cloud) 저장을 지원하지 않아 기기간 세이브 연동이 불가능하며, 이는 스팀덱(Steam Deck)과 PC를 오가며 플레이하려는 유저들에게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게다가 특정 구간이나 스킬 사용 시 게임이 튕기거나 블루스크린이 발생하는 등 최적화와 QA(품질 보증) 단계에서의 미흡함이 드러났습니다.
저장 시스템 또한 매우 경직되어 있습니다. 전투 중 중간 저장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전투 종료 후 길드 보고 단계에서만 저장이 가능하고 정비 단계인 인터미션에서는 저장을 할 수 없는 기이한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정비 후 실수로 게임을 종료하거나 오류가 발생하면 이전 전투를 다시 치러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합니다. 캐릭터 성장 속도와 콘텐츠 해금 템포가 다소 느려 초반 지루함을 유발하는 점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총평: 원석의 가치는 충분하나, 정교한 세공이 절실하다
'스타더스트: 마녀의 소원'은 훌륭한 아트워크, 몰입감 넘치는 더빙, 그리고 깊이 있는 카드 기반 전투 시스템을 갖춘 매력적인 원석입니다. 고전 SRPG의 향수를 갈망하는 게이머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심각한 편의성 부족과 불안정한 시스템은 라이트 유저들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습니다. 개발사가 유저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UI 개선, 편의 기능 추가, 그리고 안정성 패치를 빠르게 진행한다면, 이 게임은 단순한 아쉬운 수작을 넘어 SRPG 장르의 새로운 명작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스팀에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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